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 테면, 시 같은 것으로.
보르헤스의 이 문장에서 '시'를 '음식'으로 바꾸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보르헤스의 동의는 얻지 못했지만,)
그도 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단 음식이 먹고 싶지 않았을까?
한국 사람들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매운 음식이나 소주를 찾는 건
본능적으로 마음을 달랠 방법이 뭔지 알아서가 아닐까?
인생에 일어나는 많은 나쁜 일들 앞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나 비슷한 마음으로 위로받고 싶어서
우리는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다.
실컷 하소연하고 한탄하고 공감받은 뒤에 기운 내서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가기 위해서.
혹은 여러 가지 의무를 잠시 잊고 그저 즐겁고 싶어서.
내가 음식 앞에서 받았던 위로는 대개 그런 종류였던 것 같다.
잘하고 싶다. 여전히. 다만 이제 더 이상 그 마음은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나 숙련도를 가리키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웃고 싶다. 잘 얘기하고, 잘 표현하고 싶다.
기꺼이 집에 누군가를 들이고,
서툴고 별로인 모습도 보여주면서 함께 즐겁고 싶다.
그럴 때 아무래도 빈 테이블은 허전하니까 음식과 함께라면 좋겠지.
이왕이면 시원한 맥주도 곁들이고.
음식을 펼칠 때, 수저를 놓을 때, "이것 좀 먹어봐" 하고
방금 맛본 것을 권하며 작은 소동이 일 때,
우리가 식탁 앞에서 나누는 건 시간과 마음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 고수리 외 12인 저, <요즘 사는 맛 2> 중에서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