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사이에서의 편안함,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아무런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는
감춰 둔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서만 큼은 후회가 짙게 묻은 과거를 꺼내는 일이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태로웠던 마음을 위로받고 다독일 수 있었다.
사람의 관계는 어떤 기준에 의해 규정지을 수 없다.
때로는 우연히 만난 사람들 앞에서 나를 옥죄던 묵은 감정이
별일 아닌 듯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수학의 공식처럼 일정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마음에서 울리는 주의보를 감지하고도 어쩔 수 없이 홀로 넋 놓고 있던 시간.
누군가 그럴 때가 있다면 한 번 쯤은 가까운 곳보다 먼 곳을 둘러봤으면 좋겠다.
가끔씩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광활하고 눈부신 풍경을 보게 되듯이,
낯선 사람에게서 따스한 온기를 건네 받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잠시나마 삶을 나눴던 사람들의 밤도 편안하길.
- 김해안 에세이,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