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에는 당신이 생각납니다(행복한가)
등록일 : 2026-04-02 작성자 : 박서진 조회수 : 3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깨 위에 올려둔 짐이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싶을 만큼, 몇 걸음 걷다 말고 숨을 고르게 되는 날이 있어요. 괜찮다고 말하며 버텨왔는데, 문득 그 말이 스스로를 속이던 주문 같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울 이유가 딱히 없어도, 그냥 울고 싶어 지기도 합니다.


5757647bc76e4.png


그럴 때 이상하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오래 만나지 않아도 마음 어딘가에 불을 켜고 있는 사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잠시 밝아지는, 그런 이름 말이에요. 차갑고 조용한 밤, 혼자 창밖을 보다가도 이유 없이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지요. 마치 “괜찮아”라는 말을 대신 건네주듯이요.

 

봄이라는 계절 역시 늘 그렇게 옵니다. 겨울이 끝났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햇살이 조금 부드러워지는 식으로요.

사랑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거창한 약속이나 선언 없이도, 어느새 마음 한쪽에 조용히 피어나게 되죠. 그리고 그 사랑은 꼭 현재진행형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이어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랑이어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으니까요.


f94c9b15eb0f2.png


살다 보면 사랑은 참 여러 얼굴로 남습니다. 함께 웃던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아픈 기억으로 남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떠나보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의미로 남기도 합니다. 어떤 사랑은 아직도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어떤 사랑은 오래된 사진처럼 가끔 꺼내 보는 추억 한 장이 됩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모든 기억은 아픔만 남기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반드시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게 되죠.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봄을 하나쯤 품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요. 아무도 모르게 간직한 설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마음.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어쩌면 그 봄을 너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기에 더 조심스러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요즘, 가슴속에서 자주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는 사람, 혹은 떠올리기만 해도 잔잔한 파도로 다가오는 사람.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있든, 멀리 있든, 이미 추억 속에 있든 상관없습니다. 그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신이 아직 따뜻한 사람이라는 증거니까요.

 

사랑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고, 그래서 더 진짜 같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만큼이나 서툴렀던 장면들이 함께 떠오르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한데 섞여 따뜻한 기억이 됩니다. 그 기억은 힘든 날, 우리가 다시 한 번 사람을 믿게 만드는 작은 이유가 되어주죠.


40607a42ee516.png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그침도 조언도 아닌 ‘사랑’일지도 모른다고요. 누군가에게 주는 사랑이든, 스스로에게 건네는 사랑이든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덜 차갑게 견딜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댓글 (0)
작성자 : 비밀번호 : 댓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