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이들이 먼저 ‘어려움’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좁은 방, 빠듯한 하루, 힘들게 이어가는 삶. 그런데 최근 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 단어가 꼭 가난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 노인 두 분이 찾아와 성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성금은 천원짜리 지폐가 섞인 292만원. 액수만 놓고 보면 대단한 기부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나면 마음 한 구석이 숙연해집니다.
성금을 전달해주신 분들은 인천 쪽방촌에 사는 두 노인 분이셨습니다. 평소 폐지를 줍고, 볼펜과 장난감 부품을 조립하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한 푼씩 모아오셨다고 합니다. 어르신 중 한 분은 “계속 받고만 있을 수 없잖아요.”라고 말씀하셨다지요. 그 짧은 한 마디에 얼마나 큰 마음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기부는 올해로 18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적 기부액은 3024만원. 시작은 겨울 방한 물품을 받던 한 주민의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도 있을 텐데 어떻게 받아요.”라는 말을 했다는 주민 분. 세상에는 늘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가장 힘든 자리에서 먼저 떠올린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한 주민은 동전을 담기 위해 LPG 가스통을 반으로 잘라 저금통을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폐암 수술 이후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유모차를 끌고 폐지를 주워왔죠. 온종일 모아도 1800원 남짓한 돈. 그 돈을 모아 기부하면서도 “더 많이 못 해서 아쉽다”고 말하는 쪽방촌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기부는 넉넉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분들에게 기부는 여유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쪽방촌 주민들에게 기부는 이제 ‘자부심’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세상이 그들을 안타깝게만 바라볼 때, 그들은 스스로를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돈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작은 것 속에서도 누군가를 먼저 떠올리는 마음. 그 마음이 세상을 조금 더 살 만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의미는, ‘삶이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마음까지 가난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가진 것이 적어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넓어질 수 있고, 하루가 고단해도 그 하루 끝에서 따뜻함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쪽방촌 어르신들의 나눔은 그래서 더 깊이 있게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결국 세상을 밝히는 것은 거대한 빛이 아니라, 이렇게 작은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온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조용히 자신의 하루를 모아 누군가에게 건네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 다정한 마음들이 오래 남아, 우리 사회를 천천히 따뜻하게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대단하십니다~~